마취통증의학과는 약물 따위를 이용하여 수술 시 통증을 조절하거나 완화하는 의학 분야이다. 마취란 감각의 상실, 곧 자는 듯한 상태를 의미한다. 마취통증의학과는 마취를 받을 환자의 평가, 자문, 수술 또는 검사 중의 통증 예방, 수술 중 환자의 생체 징후 감시와 안정화, 수술 후의 통증 완화 관리, 급성 또는 만성 암 관련 통증의 진단과 치료, 심폐소생술의 교육과 관리, 호흡 기능의 평가와 호흡기 치료의 적용, 수술 전후의 치료에 관계된 인원들의 감독, 교육, 평가, 병원이나 의과대학의 행정직 참여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고 있다.
예전에 불리던 마취과라는 명칭이 수술실 밖까지 확대된 업무 범위를 잘 표현하지 못한다는 의견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2002년 의료법 개정 이후 '마취통증의학과'라는 명칭을 사용하게 되었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진료 범위>
마취통증의학과는 수술에 대한 국소 마취, 전신마취, 진정 시행, 수술 외 처치에 필요한 진정이나 마취 등을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수술실 밖에서 진행되는 내시경이나 자기 공명 영상(MRI)과 같은 검사, 혹은 다른 처치(통증이 심한 화상 환자의 상처 소독, 붕대 교환 등)에 필요한 진정이나 마취도 담당한다. 분만실에서 진통이나 진정, 병동에서의 급성 통증, 만성 통증에 대한 시술과 자문, 암과 관련된 통증의 조절(무통주사 시술, 처방, 각종 차단술이나 진통법 시행 등)을 맡는다. 중환자 관리, 심폐소생술의 시행 및 교육도 담당한다.
마취통증의학과의 외래인 통증 클리닉에서 주로 다루는 질환으로는 급성 통증(내과적으로 치료나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급성 통증과 수술 후 통증), 만성 통증(만성 두통, 삼차 신경통, 상지 및 어깨 통증, 근막통증, 만성 요통 및 좌골 신경통, 수술이나 외상 후 통증 증후군, 반사성 교감신경성 위축증, 당뇨병성 신경통, 대상포진 후 신경통 등), 혈관 질환에 의한 통증, 암에 의한 통증, 그 외 비통증성 질환(안면신경 마비, 돌발성 난청, 메니에르 증후군, 알레르기성 비염, 망막혈관 질환, 안면 경련, 다한증 등)이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원인이 되는 다른 질환이 있고 치료 방법이 있는 '급성 통증'은 원인부터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 또 이와는 반대로, 지속적인 '만성 통증'을 혼자 참거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는다면 예후가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에는 통증 조절이 선행되어야 한다.
<마취통증의학과 주요 질환>
1. 대상포진 :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하고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발생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체로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병한다. 또 인간 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환자 또는 장기이식이나 항암치료를 받아 면역기능이 떨어진 환자에서 많이 발생하며, 이 경우에는 젊은 나이에도 발병할 수 있다. 대부분 병적인 증상은 피부에 국한되어 나타나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환자의 경우 전신에 퍼져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2. 수족냉증 : 수족냉증은 추위를 느끼지 않을 만한 일반적인 온도에서 손이나 발에 지나칠 정도로 냉기를 느끼는 질병이다. 단, 다른 질병이 원인이 되는 다양한 증상들 중의 하나로서의 수족냉증과는 구별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족냉증은 상당히 문화적인 요소가 있는 증상이다. 수족냉증이란 증상만으로 단순히 추위에 민감하다거나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다거나 기운이 부족하다 하여 혈액순환개선제, 영영제 등이 근거 없이 남용되는 경우가 있다. 수족냉증의 원인은 지금까지 정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대체로 추위와 같은 외부 자극에 교감신경이 예민해져 혈관이 수축되면서 손이나 발과 같은 말초 부위에 혈액공급이 줄어 과도하게 냉기를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능성이 있는 다른 원인들로는 출산 또는 폐경과 같은 호르몬 변화, 스트레스와 같은 정신적 긴장 등이 있다.
3. 요통 : 허리 부위에 생기는 통증을 통틀어 요통이라고 부른다. 요통은 그 자체로 질병이라기보다는 증상의 하나지만, 특별한 해부학적 원인을 발견할 수 없으면 그 자체로 질병으로 분류될 수도 있다. 척추뼈, 디스크, 후관절, 근육, 인대에 병적 변화가 요통의 원인이다. 병적 변화가 있더라도 평소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으나, 척추의 보상 한계를 넘으면 통증으로 나타나게 된다. 척추 염좌, 갑작스러운 디스크 파열, 운동량 부족으로 인한 근력 악화, 무리한 노동이나 운동 등이 요통의 기저 요인을 요통으로 발현시킬 수 있다. 요통은 척추의 퇴행성 변화와 관련된 경우가 많아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발병률과 유병률이 높아진다. 척추의 노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신체활동이 왕성한 50-60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 과도한 신체활동, 특히 무거운 것을 많이 드는 경우, 흡연,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와 연관되어 있다.
4. 좌골신경통 : 좌골신경에 발생한 압박, 손상, 염증 등으로 인해 좌골신경과 관련된 부위인 대퇴부, 종아리, 발 등을 따라 나타나는 통증을 말한다. 좌골신경과 관련된 통증은 엉덩이에서부터 그 아래쪽으로 대퇴부와 다리까지 나타날 수 있고, 발과 발가락의 통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있다. 좌골신경통은 일생의 유병율이 13~40% 정도로 보고되고 있고, 남녀 간에는 차이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 20대 이전 연령에서는 거의 없지만 40대에서 가장 많고, 50대 이후부터는 빈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좌골신경은 요추 4번, 5번 신경과 천추 1번, 2번, 3번 신경이 모여서 형성되는데, 이들 요천추신경과 관련된 척추관 협착증이나 추간판 탈출증이 증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상근 증후군에서처럼 좌골 신경 주변 근육의 과도한 긴장이나 근막 통증 증후군에 의해서도 발병할 수 있다.